넥센 히어로즈는 유망주 육성에 중점을 맞추는 팀이다. 나이가 있는 선수들을 과감하게 트레이드 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특히 올해는 즉시전력감을 내주는 대신 유망주 수집에 유난히 적극적인데, 트레이드 마지막 날 성사된 김세현과 유재신, 이승호와 손동욱의 트레이드도 그러했다. 기아는 우승을 위해 필요했던 필승조 투수를, 넥센은 고교 시절부터 눈여겨보던 유망주를 얻었다.

 

트레이드의 중심인 이승호는 고교 시절 대단한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하필이면 같은 연도에 등장한 윤성빈, 손주영이라는 걸출한 유망주에 가린 감이 없잖아 있지만 대단히 높은 탈삼진율이나 변화구 구사, 안정된 투구폼에서 이승호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1차 지명에 지명을 받지 못해 2차 지명으로 밀렸음에도 이승호는 2차 1라운드에 지명될 유력한 후보 중에 한 명이었고, 실제로도 1라운드 4번이라는 높은 순번에서 기아로 지명되었다. 당시 기아 김지훈 스카우트 팀장도 이승호의 지명에 매우 흡족했으며, 장점으로는 변화구 구사와 부드러운 투구폼을, 단점으로는 속구의 커맨드를 꼽았다.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투수가 한 번 씩은 거친다는 토미존 수술. 이승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드러운 투구폼과 고교 시절 혹사와는 거리가 멀었던 탓에 부상에 대해 낙관한 팬들도 많았으나 현실은 같은 해 1차 지명과 1라운드에 지명된 투수 가운데서 가장 먼저 칼을 댔다.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승호는 고교 시절부터 팔꿈치 통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이 2차 지명에서 순번이 앞섰던 롯데가 이승호를 거른 까닭일지도 모른다. 롯데는 이승호를 거르고 고교 최고의 포수라는 나종덕을 지명했다.

 

토미존 수술을 받고 한창 재활중인 이승호가 염려되는 점은 토미존 수술로 인한 구속의 하락 가능성이다. 흔히 토미존 수술을 하면 구속이 빨라진다고 아는 팬들도 있으나, 대부분의 수술 전문가는 수술 직전의 구속을 찾는 것을 최상의 결과로 본다. 구속이 증가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재활 과정에서 이루어진 매카니즘의 변화를 준 경우였다. 토미존 수술 이후 경과가 좋지 못하면 수술 직전보다 구속이 떨어지는 경우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애시당초 팔꿈치가 완전히 망가져 다른 신체 부위에서 인대를 뜯어내 갈아끼우는 수술인 만큼 구속이 떨어지는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승호는 구속이 빠른 투수가 아니다. 고교 시절에 최고 구속은 144까지 찍어봤지만, 평균 구속은 130대 중후반에 그쳤고, 완성된 하드웨어에도 지명이 밀렸던 원인이었다. 구속보다는 안정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높은 완성도로 고교 무대에서 활약하던 투수다. 프로에 와서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구속을 끌어올리는 것이 당면한 과제였지만 토미존 수술로 1년을 쉬어야만 했다. 토미존 수술 이후 구속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최상의 경우 상승까지 한다면 완벽한 트레이드 성공이지만 최악의 경우 프로에서 살아남을 최소한의 구위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 수도 있다.

 

기아팜에는 이승호와 매우 흡사한 투수가 있다. 이승호보다 1년 먼저 기아 3라운드에 지명된 정동현이다. 1학년 최고구속 140을 기록했고, 탄탄한 하드웨어와 안정된 제구를 바탕으로 서울팜 1차 지명 후보로도 거론되었지만 토미존 수술 이후 구속이 급격하게 감소, 실제 드래프트에서는 밀리고 밀리다 3라운드에서 기아에 지명되었다. 기아로서는 구속 상승의 가능성을 보고 지명했지만, 프로 입단 이후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구속은 돌아오지 않았다. 구속은 낮지만 안정된 커맨드와 변화구를 갖춰 좌완 불펜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평을 들었음에도 1군보다 한 단계 낮은 퓨처스 무대에서조차 매우 고전하고 있다. 어쩌면 기아로서는 이승호가 정동현의 절차를 밟을까 두려워 했는지도 모른다. 완성된 하드웨어, 고교 시절 활약, 빠르지 않은 구속, 토미존, 좌완까지 정동현과 이승호는 겹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정동현의 사례만으로 이승호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건 이르다. 이승호는 남들보다 한 살이 어린 99년생임에도 고교 시절 매우 좋은 활약을 펼쳤다. 고교 시절부터 통증을 안고 있었다는건 달리 말해 이번 토미존 수술을 통해서 계속 안고 왔던 걸 말끔히 제거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프로에서 구속만 떨어지지 않는다면 이만한 좌완 유망주도 발견하기 쉽지 않다. 이승호가 같은 동기 손주영처럼 내년 프로에 잘 적응만 한다면, 좌완이 희소해지고 있는 현 아마야구 팜을 생각해 볼 때 대단히 좋은 트레이드가 될 수 있다. 낮은 구속에도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대단히 높은 탈삼진율을 기록했던 투수다. 김지훈 스카우트 팀장이 말한 것처럼 속구의 커맨드를 개선한다면 선발로서의 가치가 있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주무기고, 고교 시절 구속이 다소 낮았다는 점은 고교시절 양현종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마침 넥센의 고형욱 단장은 트레이드 직후 인터뷰에서 이승호의 최대 포텐으로 양현종을 거론하기도 했다. 넥센은 모두가 돈을 의심한 트레이드에서 김성민을 1군 선발투수로 키워내며 부정적인 여론을 가볍게 잠식시킨 적이 있는 팀이다. 넥센이 아마시절부터 눈여겨봤던 이승호의 알려지지 않은 장점이 있을 수 있고, 재활을 끝내고 체계적인 훈련과 매카니즘 수정으로 구속만 오른다면 정말 제2의 양현종이 될 지도 모른다. 이러면 기아는 두고 두고 땅을 칠 것이고, 넥센은 박병호에 이어 또다른 대박 트레이드를 성사 시키는 셈이다.

 

결국 관건은 구속이다. 이승호의 장점인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의 구사 능력은 속구에 구위가 있어야 빛이 나는 변화구다. 이승호의 평균 구속이 140 이상을 찍는다면 넥센은 또다시 트레이드 성공사에 이승호를 올릴 수 있을 것이고, 구속이 고교 시절과 큰 차이가 없다면 다소 아쉬울 것이지만 차분히 미래를 바라보며 육성에 들어갈 것이며, 구속이 떨어진다면 몇 안되는 넥센의 트레이드 실패 사례로 남을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