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스틴 터너 (출처=MLB.com)

 

 

작년 큰 기대 속에 메이저리그로 건너간 박병호는 빠른 패스트볼과 높은 코스에 약점을 드러내면서 실패했다. 첫 26경기 .268 7홈런을 칠때만 해도 이겨낼 것으로 보였던 그는 이후 36경기 .143 5홈런에 그치며 완전히 공략당했고 7월 이후 지금까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원인은 박병호의 스윙 궤적이 어퍼 스윙인데에 있었다. 어퍼스윙은 높은 코스 공략에 있어서 박병호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 있어서도 상극이다. 특히 최근의 어퍼스윙 열풍에 대응하기 위한 투수들의 주요 해법 중 하나도 바로 하이패스트볼, 높은 코스에 빠른 공을 꽂아넣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박병호에게 해법을 제시해주는 접근법을 제시해줄만한 타자가 나타났다. 국내팬들에게도 친숙한 저스틴 터너다. 터너는 어퍼스윙 트렌드에서 주요 인물로 평가받는 덕 레타 코치와의 훈련을 통해 어퍼스윙을 익혀 홈런타자가 됐다. 첫번째 진화였다.

 

그런 터너가 올시즌 또다시 발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초청선수로 합류해 연평균 1600만 달러를 받는 사나이가 된 저스틴 터너가 올해 더 발전한 이유는 어디있을까?

 

 

# 그간 홈런과 타율을 교환해온 터너

 

 

터너는 성실히 훈련해 어퍼스윙을 장착했고 이제 풀타임을 소화하면 20개 후반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가 됐다. 그 반동으로, 다저스에 처음 합류한 2014시즌 .340 타율 이후 타율은 매년 하향세였다.

7개의 홈런이 16개를 거쳐 27개가 될 동안, 타율은 .340에서 .294를 거쳐 .275까지 내려왔다. 물론 타율은 더 이상 선수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 타율을 일부 희생하면서 홈런을 더 많이 칠 수 있다는 건 큰 진화다.

 

 

# 높은 코스는 레벨 스윙으로! 그간 괴롭혀오던 약점에 해법을 찾아내다

 

 

▲ 좌측이 2016년/우측이 2017년. 코스별로 작년의 약했던 높은 코스 2곳을 올해는 말끔히 해결했다. (출처=베이스볼서번트)

 

 

이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터너의 타율이 .275에 머무른 이유가 바로 1할대 타율의 3개의 코스에 있다. 이 중 높은 코스 두 곳이 약점이었다. 어퍼스윙으로 인해 높은 존의 공들을 잘 대처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작년 .182(몸쪽 높은), .185(가운데 높은)였던 두 코스는 올해 .364/.357이 됐다. 저 코스는 이제 거꾸로 터너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바로 높은 공에는 어퍼 스윙을 고집하지 않고 레벨스윙으로 대응해낸 데에 있다.

 

올시즌 터너의 높은 코스 공략을 살펴보면, 땅볼 비율이 늘어났고, 무리하게 퍼올리다가 약한 뜬공이 된 비율이 낮아졌다. 땅볼을 살펴보면 작년 해당 세 코스의 타구들 중 20% 정도가 땅볼이었는데 올해는 34%가 땅볼이다.

 

뜬공 중 가장 필요없는 약한 뜬공 비중의 경우, 69%에서 48%로 수직낙하했다. 이 두가지 지표를 통해 터너가 이전만큼 해당 코스의 공을 퍼올리지 않는다는 걸 유추할 수 있다.

 

그 결과 올시즌 .348의 타율로 타격왕에 도전하고 있고, 홈런도 15개를 쳐 두번째 20홈런 시즌에 도전하고 있다. 부상으로 인한 3주 공백으로 작년만큼의 홈런 갯수는 어려워보이나, 어쨌든 올시즌 선구안의 발전(올시즌 볼넷 44/삼진 37)과 높은 코스 대응력 향상에 힘입어 또 한번 진화를 이뤄낸 모습이다.

 

 

# 올시즌의 터너는 분명 박병호에게 참고할 점 있는 훌륭한 사례다

 

 

▲ 2016시즌 박병호와 터너의 비교. 높은 코스 대처력이 공통적으로 떨어지는 시즌이었다. (출처=베이스볼서번트)

 

 

우선, 박병호와 터너는 공을 맞추는 능력에 차이가 꽤 크다. 터너는 커리어 내내 84% 밑으로 컨택%가 떨어진 적이 없는데 반해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공을 못맞췄던 타자였다.

또 터너와 달리 박병호는 몸쪽에 붙는 코스도 전부 약점 투성이다. 몸쪽 대응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전혀 안된다. 하지만 2015시즌의 코스별 타율로 봤을 때는 역시 높은쪽 공 대처력을 우선 높여야함을 느낄 수 있다.

 

 

▲ 왼쪽은 2015시즌, 오른쪽은 2016시즌 박병호의 코스별 타율이다. 15시즌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작년의 몸쪽 공 성적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출처=스탯티즈, 베이스볼서번트)

 

 

이 그림을 보면, 몸쪽 3코스 중 겹치는 한 군데를 제외하면 몸쪽은 대처가 됐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높은공은 .389/.286으로 몸쪽 가운데와 낮은 코스의 .485/.385보다 좋지 않다. 그렇지만 KBO리그에서 마지막 시즌에는 높은 코스의 공을 잘 대응해 메이저리그로 진출까지 이뤄낸 박병호였다.

 

결국 높은 코스의 대응력이 전체 타격이 살아날 열쇠다. 작년에는 머릿속에 약점인 높은 공을 계속 의식하는 상황에서 자신있던 몸쪽까지도 속수무책으로 대응을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레벨스윙을 터득해 높은 코스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투수들에게 되돌려주고 있는 터너의 사례는 충분히 참고할만하다.

 

터너가 좋아진건 위 두 코스의 대응력뿐 아니라 원래 좋았던 나머지 여섯 코스의 타율도 동반 상승한데 있다. 가장 약했던 코스가 좋아지니 거칠것 없는 터너는 이제 다른 코스도 맘놓고 공략할 수 있게 됐다.

 

 

# 2년 간 자신을 보여주지 못한 박병호, 그러나 아직 성장할 여지가 남아있고, 변화를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다. 

 

 

▲ 내년엔 다시 이 유니폼을 입고 트윈스의 동료들과 타겟필드를 누볐으면 한다. (출처=MLB.com)

 

 

올해도 시즌 막판에 접어들면서, 박병호는 또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안착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되려 마이너리그에서 헤매고 있다. 시간은 좀 있지만,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아직 2년이라는 기회가 있다. 그리고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박병호보다 2살 많은 터너는 3년 전과 지금 두 번의 변화를 통해 초청선수에서 리그를 대표할 특급선수로 올라섰다. 박병호도 충분히 도전해볼한 가치가 있다.

 

올해도 시행착오를 겪다 1년을 끝낼 가능성이 높지만, 실패한 유망주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한 드라마를 써낸 그라면 이번 시련도 결국 극복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KBO 시절 한차례 스윙 조정에 성공했던 박병호가 또 한 번 업그레이드를 거쳐 내년 시즌 화려한 귀환을 하길 바래본다.